(경기=NSP통신) 조현철 기자 = 경기 수원시가 지난달 13일 수원특례시로 새롭게 출범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와 함께 공개한 시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상징물(CI)은 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전이 담겨 있어 향후 수원시의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
공공디자인에 적용된 CI는 디자인적인 요소외에도 정책의 일관성을 엿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CI의 탄생 배경과 함께 수원시의 내면을 살펴 본다.
◆새로운 미래를 여는 수원특례시 CI
수원특례시가 새로운 출발을 알린 지난달 13일 역사적인 출범식 현장에서 수원시의 도시 정체성을 담은 대표상징물(CI)이 공개됐다.
수원특례시 CI는 수원의 핵심이자 상징인 수원화성을 모티브로 새로운 미래를 펼쳐갈 ‘미래의 창’을 형상화했다. 수원화성의 건축물 ‘서북공심돈’이 듬직하게 중심을 잡은 가운데 성곽을 의미하는 선형은 간결하면서 선명하게 이어진다. 수원의 전통적 가치를 로얄블루 색상으로 미래적 가치를 스마트블루 색상으로 배치해 안정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담았다.
CI가 변경된 것은 20여년만이다. 이전의 CI는 수원화성의 성곽 형태를 따라 역사와 문화 중심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형태로 수원만의 특징을 담았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자체별로 고유의 휘장을 도입하기 시작했던 지난 1999년 만들어져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원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사용됐다.
이에 시는 수원특례시로의 새로운 도약을 목전에 둔 지난해부터 CI 변경을 준비해 왔다. CI가 도시의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만큼 특례시로 더 넓어지는 시정 변화와 시민의 자긍심을 담을 새로운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새로운 수원특례시 CI는 시민과 공직자,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만든 결과물이다. 먼저 수원시 도시디자인단이 CI 개발의 주축이 돼 수원만의 가치를 하나의 이미지에 담는 전 과정을 진행했다. 정조가 만든 개혁의 도시로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수도권 발전의 중심이자 사람 중심의 도시라는 키워드를 도출하고 다른 지자체의 CI는 물론 해외 트렌드를 분석해 간결하면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확장성을 가진 심볼을 구상했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와 시민, 공직자를 대상으로 공청회와 온라인 설문을 벌여 기존 CI에 미래비전을 담은 개선안 3가지를 마련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수원시민 426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와 전문가들이 참여한 대표상징물추진위원회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CI가 최종안으로 선정됐다. 이후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비율과 형태, 색상, 로고타입 등에 대한 세부적인 디자인 검토 및 조정을 통해 새로운 CI가 완성됐다.
수원특례시 CI는 시청 본관 건물에 수원특례시라는 명칭과 함께 부착됐다. 수원시도 새 CI에 맞게 변화를 준비 중이다. 각 기관은 물론 시민들을 위한 홍보자료에 수원특례시 CI를 활발하게 활용해 시민들과의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시는 새로운 CI 디자인 개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이미지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도시브랜드를 향상하기 위해 올해 ‘수원시 도시브랜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원만의 가치를 차별화하고 도시경쟁력을 향상해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공공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수원시
공공 건축물이나 사업에 디자인 요소를 활용해 완성도를 높인 사례는 수원특례시 CI 개발 이전에도 활발하게 진행돼 시의 도시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수원시립미술관을 상징하는 MI(Museum Identity)가 대표적이다. 수원시 도시디자인단이 수원시립미술관의 정체성 확립과 위상 제고를 위해 2020년 말부터 통합브랜드 이미지를 개발한 것이다. 삼각형과 사각형, 원형을 연결해 만든 상징물은 ‘수원의 지역문화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문화예술의 빛을 발산하는 미술관’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과 수원미술전시관,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아트스페이스광교 등 소속 4개 미술관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해당 MI는 지난해 8월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인 ‘WINNER(위너)’ 수상을 이끌어내며 공공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시의 공공디자인 개발은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로데오거리 브랜드 콘텐츠, 환경컵 개발 등 수원시가 진행한 공공사업들에 디자인 요소를 더해 사업의 완성도를 높였다. 올해도 농산물, 수원한옥, 수원수목원 등 공공브랜드의 BI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공원용 공공시설물 표준디자인 개발 등으로 디자인 요소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공공디자인 고도화를 위해 기획 단계부터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도시PD(Project Director)도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 도시디자인 활성화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현재 14명의 전문가들이 도시PD로 선정돼 각종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건축 및 도시, 산업디자인, 시각 및 조경 분야의 전문가들이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공공사업에 자문을 하며 일관성 있게 끌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덕분에 사업은 시행착오를 줄여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시는 구도심 개발 및 환경개선사업 등에 도시PD를 통한 자문을 지원해 일관된 방향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현재 수원시가 추진 중인 이목지구 도서관 신축공사와 권선지구 학교복합화시설, 당수지구 공원조성 등의 사업에 전문가들이 노하우를 전수하며 활발하게 참여해 사업의 효과성을 확인한 만큼 올해 도시PD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성을 갖춘 수원시 소속 디자인 전담 공무원이 고도화된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하는 디자인중점지원제도도 활성화돼 있다. 디자인 자문과 협의에 국한된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사업 전반적으로 디자인 전문가가 참여함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는 제도다.
지난해 홍재복지타운 공용부 인테리어 설계, 수원수목원 시설 디자인,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거점공간 조성 과정 등에 디자인중점지원제도가 활용됐다. 올해도 수원문화시설 건립공사와 동 행정복지센터 신축 등의 과정에 디자인중점지원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시는 디자인이 문화가 되는 공공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중심축도 마련했다. 사람을 중심에 둔 공공디자인 진흥계획을 수립해 일상에 안전을 더하고 모두를 배려하고 알기 쉬우며 품격을 높이고 소통하는 공공디자인 사업 50개를 선정해 2025년까지 추진한다.
이 중 ▲모두를 위한 공중화장실 프로젝트 ▲좁은 통학로, 보도와 차로 구분 없는 교문환경 개선 ▲ESG 협력 모델에 기반한 공공가치 향상 사업 등 20개 사업을 우선 추진해 수원형 공공디자인 사업을 확대한다.
◆시민의 삶으로 스며드는 디자인 행정
공공기관과 공공사업에 디자인을 활용한 행정은 도시 곳곳을 다채롭게 물들이며 수원시민의 삶으로 스며들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범 판매를 시작한 새로운 종량제봉투는 공공디자인 개선의 생활 속 효과를 보여준다. 수많은 관련 정보를 담은 글자들로 빽빽하게 덮여있던 기존의 종량제 봉투는 픽토그램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개선됐다. 소각용과 음식물, 재사용 등 분류별로 담지 말아야 할 쓰레기가 무엇인지 나타낸 그림문자가 분리배출을 더욱 용이하게 돕는다. 봉투에는 배출시간과 한국어·영어·중국어·베트남어로 된 과태료 규정만 글자로 남겼다.
도시 미관의 핵심적인 요소인 옥외광고물 관리도 특별하게 진행된다. 옥외광고물에 빅데이터와 디지털을 결합해 낙후된 상권에 활력을 더하려는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옥외광고 시범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시가 국비를 지원받아 수원문화재단 건물 벽면 등 총 7개소에 디지털 옥외광고물을 설치해 오는 8월까지 추진한다. 이 디지털 옥외광고물에는 남문로데오거리의 상가와 상품을 소개하는 광고, 교통, 날씨, 행사 일정 등 공공 정보들이 송출된다. 특히 빅데이터를 분석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해 지역 상권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현수막 광고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 농수산물유통로 상가도 간판개선사업이 추진된다. 현재 이 일대 업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300여개에 달하는 간판을 적정 간판 수인 100여개로 줄이고 디자인 개선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주민과 관련 기관들이 참여하는 국민디자인단을 구성,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에 기반한 주민 참여를 이끌어 경관 개선은 물론 지역상권 활성화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다채롭게 진행된 수원시의 디자인 행정 노력을 시민들이 체감하고 확산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수원시디자인대상을 주최해 디자인 자산 확보와 문화가치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공간과 제품, 시각, 공예 등 4가지 부문에서 디자인의 특색을 살린 작품들이 출품된 가운데 첫 수원디자인대상 ‘르디투어’ 등 총 14개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는 수상작 전시회를 열어 창의적인 지역 디자인들을 시민들이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을 더하는 행정에 힘입어 올해 도시공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품격있는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한 기초작업에 돌입한다. 상반기 중 ‘수원시 공간환경전략계획’을 수립해 산재된 공공사업에 대한 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행정에서의 도시디자인을 선도하는 모델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수원시 도시디자인단 관계자는 “새로운 수원특례시 CI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전통과 미래를 연결하는 수원만의 정체성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공공디자인의 개발과 적용으로 시민들의 일상이 더욱 편리해지고 안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NSP통신 조현철 기자 hc1004jo@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