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예방접종 모습. (한국마사회)

(경기=NSP통신) 김종식 기자 =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30%에 육박하며 올해 안에 위기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30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팬데믹 상황을 경험하면서 ‘전염병’의 위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천연두, 흑사병(페스트) 등 인류 역사를 뒤흔든 전염병은 비단 인간만이 겪어온 문제가 아니다. 발굽이 두 개로 나뉘어진 동물에게 전염되는 구제역의 경우 발생하면 같은 농장에 살던 소와 돼지를 수십, 수백 마리씩 살처분하는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말은 예외일까. 말 역시 다양한 전염병이 존재해왔다. 말의 전염병은 마역(馬疫),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고대에는 사람이나 가축의 질병 모두 귀신이 들린 것이라 생각해 주술을 통해 쫓아야 한다고 믿었다.

특히 말은 방위와 행정의 중요한 수단이었기에 전염병으로 인한 집단 피해에 대해서 국가 차원의 대응이 있었다. 처음 기록에 등장한 것은 고려 인종(仁宗)대인 1142년 마역이 발생했을 때로 지방에 일관(日官), 즉 천문을 관장하는 관리를 파견해 병마의 퇴치를 빌게 했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 소장돼 있는 마경초집언해. 조선 인조 때 이서(李曙, 1580~1637)가 국내 수의학 서적과 중국의 수의학 서적을 간추린 후 이해에 편리하도록 그림을 넣어 국문으로 번역한 마의서. (한국마사회)

조선시대 역시 한양과 각 도의 중앙에 마단(馬壇)을 세우고 마의(馬醫)를 파견해 말과 관련된 마조(馬祖-말의 조상) 등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이러한 제사의식은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함께 슬퍼하고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마의는 당시 수의학의 최고봉에 서 있는 존재로 사복시(司僕寺)라는 관청에 10여 명이 배치됐다.

한편으로는 중국 서적과 향토 수의학 경험이 반영된 ‘신편집성마의방’ ‘마경언해’ 등의 수의학 서적이 편찬돼 약재와 침술 처방이 관아부터 일반 농가에까지 활용돼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한국마사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해마다 사업비를 지원해 전국의 2만여 두 마필을 대상으로 전염병에 대한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말 인플루엔자와 일본뇌염 두 가지 주요 전염병에 대한 백신 예방 접종이 해마다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되는 말 백신 예방접종은 2021년 5~6월 상반기 접종을 완료했으며 하반기 접종은 10월부터 시작된다.

NSP통신 김종식 기자 jsbio1@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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