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곤 조교사 2019년 과천시장배 우승 모습. (한국마사회)

(경기=NSP통신) 김종식 기자 = 한국 경마에 ‘역주행’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주인공들이 있다. 연차가 찰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긴 기다림 끝 역주행 ‘지성감천’ 박종곤 조교사, 직접 풀도 뜯어 먹이는 말에 대한 사랑 유별

1997년 데뷔한 박종곤 조교사는 지난 2015년부터 물이 오른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매년 두 자리 수의 승률과 10억원이 넘는 순위상금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울 경마공원 조교사들 중 열손가락 안에 가뿐히 든다. 상위권 성적까지 약 20년이 걸린 역주행이다.

1997년 박종곤 조교사의 데뷔 후 첫 2-3개월은 빈 마방이었다. 우연치 않게 선배 조교사의 말 12두를 받아 조교사 생활을 시작했으나 처음부터 성적이 좋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입증된 결과물이 없다보니 마주들도 선뜻 말을 맡기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7월 경주마 ‘마리대물’을 만나며 조교사 생활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성적이 정체돼 있던 마리대물을 박종곤 조교사가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며 살뜰히 돌보았고 마리대물은 그해 ‘KRA컵 클래식(GⅢ, 2000m)’의 트로피를 안겨줬다.

박종곤 조교사 특유의 지극정성 관리법이 성적을 내자 차츰 다른 마주들도 박종곤 조교사를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2015년부터 시작된 승승가도의 발판이 됐다. 2016년 명마 ‘청담도끼’를 만나서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청담도끼가 안겨준 대상경주 트로피만 자그마치 8개다.

박종곤 조교사는 손수 풀 뜯어 먹이는 조교사로도 유명하다. 민들레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경주마들이 좋아해 경마공원 주변에서 직접 채취해 먹이곤 한다.

바쁜 하루 일과 속 짬을 내 비가 와도 벌레에 물려도 민들레를 캔다. 자식 같은 경주마들이 맛있게 먹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맑고 예쁜 경주마들의 눈을 보면 절로 힘이 난다고 한다.

박종곤 조교사는 “심청사달, 마음이 깨끗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말이 좌우명이다. 욕심을 버리고 그저 열심히 정성을 다하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훈련시키는 경주마들을 정성을 다해 가꾸다 보면 혈통이 좋지 않은 경주마일지라도 성적을 내준다. 이것이 보람이 돼 조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준철 기수 2015년 마주협회장배 우승 모습. (한국마사회)

박종곤 조교사는 지금까지의 길을 돌이켜 후회 없이 왔다고 평한다. 그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며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지난해 ‘최고 승률, 최고 다승’ 커리어하이 달성한 이준철 기수···김대근 조교사와 환상의 팀워크, 꾸준한 체력 관리가 비결

1999년도에 데뷔해 올해로 23년차인 베테랑 이준철 기수는 코로나19로 경마가 온전히 시행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승률 22.6%, 복승률 35.8%라는 기수 생활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말그대로 역주행 신화를 썼다.

다승 또한 2019년 23위에서 13계단이 오른 다승 10위, 24승을 달성하며 Top 10에 올랐다. 출전 경주수가 10위권 내에서 가장 적었음(106회)에도 불구하고 문세영 기수 다음의 승률을 이뤄냈다는 점도 그의 선전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이렇게 기량이 무르익어 가는 것에 대해 이준철 기수는 모든 주변 사람들의 덕이라며 공을 돌렸다.

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김대근 조교사(48조)와 말도 보러 다니면서 안목을 길렀고 마주, 조교사, 관리사들과의 좋은 팀워크가 한몫했다며 힘든 시기에 자신을 믿어준 조교사와 본인 역시 믿고 같이 일하다보니까 그런 게 신뢰로 쌓여 본인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그가 지난해 기승했던 경주마들도 한국 경마계에 떠오르는 샛별들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출전에 4번 우승을 기록하며 남다른 성적을 내고 있는 ‘흥바라기’는 이준철 기수와의 호흡과 함께 3세마 다크호스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코리안더비(GⅠ, 1800m) 3위,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Ⅱ, 2000m) 3위를 이룬 ‘흥행질주’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말로 작년에 탔던 말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이라고 평했다.

기승 능력을 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도 이준철 기수만이 가지고 있는 호성적의 비기였다.

그는 승마 선수 출신인 아내에게 말을 세심히 다루는 법, 굴레나 재갈을 왜 써야 하는 지 등 기본 마술에 대해 세심히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학창시절 레슬링을 했던 경험에 비추어 지금까지 꾸준한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비상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매일 하루 1시간 이상씩 꾸준히 체력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철 기수는 “경마 팬들에게는 지금 정상경마가 아니기 때문에 정상경마가 돌아왔을 때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는 거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역시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 정점을 찍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마무리 인사를 전했다.

NSP통신 김종식 기자 jsbio1@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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