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 항공사진. (경주시)

(경북=NSP통신) 권민수 기자 = “나 자신이 공무원이지만 공무원들 다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다. 어떻게 이런 일을 방치하고 있었는지. 국가가 왜 필요한가”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 현장에서 경주시 공무원의 일갈이다.

1979년 군사독재정권은 경주에 또 하나의 공권력에 의한 폭거를 자행했다.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 한센인 집단 강제 이주이다.

그 당시 정부는 보문관광단지 개발을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던 한센인 주민들을 불과 보름 만에 천북면 신당3리 일대에 불법 무허가 건축물인 판자 집과 계사를 만들어 사회와 격리했다.

정부가 정식 행정절차와 인권보호, 최소한의 정주여건,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불법을 자행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의 저주’라 불리던 나병환자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이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한센병의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와 전염예방이 가능했다. 한국의 대표적 한센병 치료소인 소록도 자혜의원은 이 시기보다 60년 전인 일제강점기에 생겨났다.

한센병은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게서 배출된 나균에 오랫동안 접촉한 경우에 발병한다. 그러나 전 세계인구의 95%는 나병에 항체를 가지고 있다. 피부와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와도 쉽게 걸리지 않는 이유이다.

환자는 리팜핀 600mg 1회만 복용해도 체내의 나균 99.99%가 전염력을 상실한다. 제3군 법정 전염병이지만 격리가 필요하지 않으며 성 접촉과 임신, 유전질환은 더욱 아니다.

이러한 환자들을 시대적 혐오의 대상으로 본 미개한 정부. 그 정부가 만들어낸 ‘희망농원’의 정주여건과 환경문제는 시작부터 예고된 문제이며 현시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오물통 속의 삶을 만들어 냈다.

정부는 1가구당 집1체, 계사1동을 지급했다. 거주지역의 토지는 보문단지 한센인 조합 소유의 땅을 매각해 구입한 땅이다. 그러나 거주지역의 선택도, 삶의 방식도 정부가 결정해 주민들의 삶을 40년 동안 고립시키며 방치했다.

이곳은 1월 기준 100세대, 145명 주민(한센인 60명)이 거주하며 집단 계사 452동 중에 54동을 15농가에서 닭 16만수를 사욕했다. 이것도 AI 감염으로 전체 살 처분 조치됐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권민권익위원회 주관으로 경주시와 경상북도, 농식품부, 환경부 4개 기관은 폐 슬레이트 철거, 노후 침전조 정비, 하수관거 정비, 집단 계사벽체·바닥 철거에 대해 논의하고 오는 19일 대통령 주재 국무조정회의 정식안건으로 상정한다.

희망농원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시는 폐 슬레이트에 의한 거주민의 건강과 인권보호, 버려진 계사의 오염분뇨와 가축 잔해로 인한 환경오염, 포항시의 식수원인 형산강 오폐수 차단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거주민의 80%가 65세 이상, 60%가 여성으로 구성된 ‘희망농원’은 모든 계사를 철거하면 소득사업이 없어진다. 이를 발굴하기 위해 용역을 의뢰하고 오는 2월 10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주민들과 협의할 계획이다.

시는 체소와 특수작물, 화훼단지 등의 친환경 소득사업을 권장하고 거주민의 노령화로 개인 가구별 소득사업 보다 조합차원의 사업이 지역 현실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시는 환경개선 소요예산 210억원 가운데 국비 117억원을 조기 지원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150가구와 창고 철거 및 건축 등의 직접적인 거주여건 개선사업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앞으로 개선돼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희망농원의 한센병 1세대 60여명 주민은 생활을 위해 땅이 처분되면 한센병 치료 국가운영기관인 소록도로 들어가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 졌다.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주민은 정부의 지원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거주지역의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돼 텃밭 가꾸기 등의 소일거리 찾기도 불가능하다. 지역사회는 이 지역을 ‘나병환자촌’으로 인식하고 있어 자녀들의 출입과 동거도 힘든 상태이다.

천형도 아닌 천형의 병을 안고 사는 그들은 어디에도 갈수 없는 상황에서 현제의 상황을 “!!!”, 침묵으로 답하고 있다.

자신 스스로 인정해 버린 저주의 산물. 어느 시대에서도 환영 받지 못했던 존재. 스스로를 죄인으로 인정해 버린 사람들. 이들은 이미 자신이 만든 감옥 속에서 평생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섬으로 가고자 한다.

정부와 시가 추진하는 환경개선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을 치료하고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될 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 보인다.

1979년, 정부는 이들을 격리대상으로 보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시민으로 보았다면 40년의 한과 비틀어진 지역사회의 인식은 없을 것이다. 구시대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가져다준 결과를 이 시대의 정부와 지자체가 치료에 들어간 것이다.

오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법과 산술적 근거에 의해 작성된 보고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보고서에는 정부가 자행한 폭력에 대한 정산서는 빠져 있다. 부처별 책임과 예산을 따지는 각료들이 내미는 보고서 이면에 첨부된 한센인의 한과 고통의 보고서, 그 무형의 보고서를 대통령이 보고 판단해 주기를 경주시민은 바라고 있다.

손대기 경주시 신성장산업팀장은 “천북 희망농원 환경개선 사업을 위해 지역을 찾았을 때 내 자신이 공무원인 것을 원망했다. 부끄러웠다”며 “버려진 자들의 땅은 오물통이었으며 그들의 집은 짐승들의 헛간이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과 방임의 결과이다. 죄인의 심정으로 반드시 개선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NSP통신 권민수 기자 kwun5104@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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