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군 담양읍 용주마을 회관 앞 마당에서 굴삭기가 침수피해를 입은 가재도구 등을 정리하고 있다. (김용재 기자)

(전남=NSP통신) 김용재 기자 = 담양군에 최근 최고 600㎜가 넘는 역대급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살을 드러내면서 지역민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내리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통째로 뽑혀 길가에 나뒹구는가 하면 가옥 침수로 못쓰게 된 가전제품 등 가재도구들이 쓰레기로 변해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이는 등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하고 하고 있는 것.

담양군에는 12일 현재 사망 3명, 부상 1명 등 총 4명의 인명피해 및 928명의 이재민과 1525억 원의 시설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수마(水魔)의 피해와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주민들과 각계각층의 손길이 봇물을 이루는 등 복구 의지와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12일 오전 담양군 담양읍 용주마을.

마을 입구에 자리한 마을회관 공터에는 이번 폭우로 29가구 마을 전체가 침수피해를 입어 더 이상 쓸모 없게 된 가전제품 등 가재도구들이 마을회관 공터에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었다.

마을 전체가 어른 목 부위까지 물이 차올랐으니 쓸만한 가재도구를 건지는 것은 불가능해 버려지는 쓰레기 량도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용주마을 양해석 이장(63)은 “순식간에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이런 물난리는 평생 처음이다.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쓸만한 가재도구는 단 하나도 없다”며 “그나마 119의 도움을 받아 인명피해 없이 주민들이 대피하고 각계의 도움이 이어지면서 마음의 시름을 덜 수 있게 돼 위안을 삼는다”고 허탈해했다.

이번 수해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무정면 봉안리 산사태 현장. (김용재 기자)

비슷한 시간 산사태로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무정면 봉안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산사태 지점에서 무정면사무소에 이르는 2km 남짓 소하천이 토사와 폭우에 쓸리고 넘치면서 통째로 뽑힌 아름드리 나무들이 도로며 면사무소 마당 여기저기에 흉물스럽게 널부러져 수해 당시의 실상을 엿볼 수 있었다.

면사무소 뒤편에 각종 쓰레기와 뒤엉킨 채 파손된 승용차와 소형트럭이 그대로 방치돼 수해 당시의 위력을 짐작케 한 가운데 저멀리 벌겋게 상처를 드러낸 산사태 현장을 배경으로 굴삭기 1대와 전기톱을 든 인부들이 임시 복구작업을 펼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큰 하천은 물론이고 끊기고 무저져내려 끔찍한 몰골을 드러낸 소하천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수북면 궁산리 소하천 ‘쪽재골’의 경우 2차선 차로 한쪽 서너군데의 제방이 유실되고 도로에 구멍까지 나 사람 및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상수도관이 파열되고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나뒹굴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었다.

이날 실태파악 및 주민 격려차 ‘쪽재골’을 찾은 최형식 담양군수는 “굴삭기를 동원해 임시복구작업을 펼치고 있지만 하천이 붕괴돼 차량통행시 추락위험이 있는 만큼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복구작업은 항구적인 대책과 다소 거리가 있는 만큼 제2, 제3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의 신속하면서도 철저한 피해조사와 정부의 조속한 예산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80여 가구 마을 전체 가옥이 목 부위까지 차오르는 침수피해를 입은 담양군 봉산면 삼지마을회관 공터.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실어낸 가구들이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김용재 기자)

수해 침수 피해지역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쓰레기 처리 문제와 함께 주민들의 임시 주거지 대책 마련도 또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목 부위까지 차오르는 이번 수해로 80여 가구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긴 봉산면 삼지마을이 대표적인 케이스.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삼지마을회관 공터에는 이날 주민들이 1179부대, 전남도청 공무원 등 150여 명의 도움을 받아 각 가정에서 끄집어낸 가재도구들이 시간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었다.

굴삭기 한 대가 굉음을 울리며 버려진 가재도구들을 마을회관 옆 건설폐기물 수집 차량에 옮겨싣고 있지만 각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량이 워낙 많고 담양군 전체적으로 수해로 발생한 폐기물 처리비용이 최소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폐기물처리 비용 마련에 차질을 빚을 경우 악취 발생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더욱이 주택 침수로 벽지, 장판까지 모두 걷어내야 하는 등 복구작업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주민들의 숙식문제 해결 등도 난제가 될 전망이다.

삼지마을 주민 노모(63)씨는 “40여 년을 이곳을 지키고 살아왔지만 이번 같은 수해는 처음이다.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못쓰게 버려진 가재도구들을 버릴 수 있도록 일손을 거들어주신 군장병과 공직자 등 각계각층에 무엇보다 감사드린다”며 “수해 직후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인근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기약없이 숙식을 해결해야 해 참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편 담양군 관내 수해현장에는 이날 1179부대 장병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담양·함평·영광·장성 당직자 ▲초아의로타리봉사단 ▲담양여성단체협의회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전남도청 ▲녹색환경감시단 ▲담양교육지원청 ▲울산현대중공업기능장회 ▲6753부대 ▲한마음봉사회 등 3개 부대, 4개 단체 540여 명이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하는 등 힘을 보태는 등 각계각층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NSP통신 김용재 기자 nsp2549@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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