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청 전경. (평택시)

(경기=NSP통신) 배민구 기자 = 경기 평택시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평택시체육회 감사에서 드러난 비위 직원에 대해 솜방망이 처분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평택시는 지난해 11월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평택시체육회의 지방보조금 예산편성 및 집행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패스 카드 사용 내역과 공용차량 운행일지 및 출장기록 내역을 비교한 결과 평택시체육회가 보유하고 있는 공용 하이패스 카드 3개 중 2개가 사적으로 이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한 직원이 개인 출·퇴근 용도로 21건, 확인 불가 12건 등 무려 33 차례에 걸쳐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

평택시체육회가 사용하고 있는 차량 하이패스 카드의 충전금은 보조금을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어 공용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직원은 관용차량에서 하이패스 카드를 빼내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공용 하이패스 카드의 사적인 사용은 공금의 횡령 또는 유용 및 배임에 해당하는 것이며 액수의 많고 적음을 따지기에 앞서 수십 차례 반복됐다는 점을 볼 때 단수한 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행위로 보이며 그 비위의 정도가 중한 것임은 불문가지다.

문제는 평택시의 감사해석은 이러한 일반적인 해석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이다.

평택시는 감사를 통해 나타난 비위사실에 대해 평택시체육회에 공용 하이패스 카드 사적 사용액 회수조치와 함께 사적 사용 관련자 및 실무책임자를 경징계 조치했다.

평택시가 경징계 처분에 그친 것은 공용 하이패스 카드의 사적 사용이 횡령이나 유용이 아닌 공용물의 사적 사용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평택시체육회의 사무국운영 규정 제66조는 ‘중징계’를 파면·해임·강등·정직, ‘경징계’를 감봉 또는 견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평택시체육회의 ‘징계의 양정에 관한 규정’ 별표 제2호 징계에 관한 개별 기준에 따르면 징계사유가 공금 등 횡령의 경우 파면이며 공금 등 유용, 업무상 배임은 비위의 정도가 중한 경우 강등 이상, 비위의 정도가 경한 경우 감봉 이상으로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이에 반해 공용물의 사적 사용·수익의 경우 비위의 경중에 대한 구분 없이 감봉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결국 평택시가 이번 체육회 직원의 비위 행위에 ‘경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한 것과 함께 사건을 축소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퇴직 공무원에 따르면 “지자체는 청렴도 수치를 매우 중요시 한다. 평택시는 거의 매년 청렴도 수치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왔고 그런 이면에는 이러한 봐주기식 감사나 축소 은폐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평택시의 감사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감사 기간 범위 적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징계사유의 시효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을 경과하면 징계의결을 하지 못하지만 금품 및 향응수수, 공금의 횡령, 유용의 경우는 5년까지다. 따라서 공금 횡령과 유용의 경우 5년까지 감사할 수 있으나 공용물의 사적 사용의 경우는 3년에 그친다.

평택시가 공용 하이패스 카드 사적 사용을 감사함에 있어 감사 범위를 2016년 1월 1일부터 2019년 7월 31일로 국한한 것도 공용물의 사적 사용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결국 감사기간을 확대해서 5년을 적용한다면 밝혀진 비위사실 보다 더 큰 부분이 발견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 기간의 적용 범위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봐야 한다.

이번 감사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평택시체육회가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보조금 교부 단체라는 점에 있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방보조사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성실히 지방보조사업을 수행해야 하며 해당 지방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보조사업자가 지방보조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지방보조금 교부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평택시는 이번 감사 결과로 드러난 평택시체육회의 법령 위반 등에 따라 지방보조금 교부 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해 사후 재발을 방지하는 강력한 경고를 할 수 있음에도 어떠한 사후 조치도 취하지 않는 등 형식적인 조치에 그쳐 이를 두고 체육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평택시 체육계 관계자는 “시민이 내는 혈세로 지방보조금을 받는 체육회가 공용 하이패스를 주인 없는 돈처럼 맘대로 사용해 혈세를 낭비한 것은 방만하고 부도덕한 운영 실태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엄중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평택시가 경징계 요구조치에 그치고 지방재정법 위반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또 시민 김모(51)씨는 “부패방지와 청렴도 향상을 위해 일선에 서야 할 평택시 감사관이 안일한 자세로 적당히 감사업무를 수행한 것 아니냐”며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봐주기 감사를 했다는 오해를 사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평택시 감사관 관계자는 “하이패스 카드는 충전해 차에다 달아 놓는 것인데 그걸 빼 가져 간 것이다. 공용물은 공용물이다. 공적으로 써야 되는 것을 사적으로 쓴 것이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러한 답변이 사실이라면 일반인이 공공 차량에서 하이패스 카드를 빼간 행위가 절도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평택시의 답변은 봐주기식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지방보조금 교부 결정의 취소와 관련해서는 “보조금 교부를 안 한다거나 일부를 취소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면서 “금액이 적고 그 일 한 건 가지고 하기에는 보조금이 30억 정도 지급되는 건데 금액 적은 것으로 인해서 또 지금은 하지 않고 그 전에 했던 것이고 그걸로 인해 교부 결정을 취소 한다거나 일부를 준다거나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민의 혈세를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체육회에서 공금이 사적으로 쓰였다는 점과 그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평택시의 감사가 이를 봐주기 식으로 무마해버렸다는 솜방망이 처벌론이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향후 평택시 감사체계 자체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이에 대한 평택시의 대응방안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NSP통신 배민구 기자 mkba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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