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암환자에서 희망 전도사가 된 장풍영(가운데)씨가 색소폰 공연 후 한호성(오른쪽) 분당서울대병원 간이식 팀 교수, 아들 장석영 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분당서울대병원)

(경기=NSP통신) 김병관 기자 = 병원에서 들을 수 있는 말 중에 “암입니다”라는 말처럼 절망적인 말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 말을 몇 년 사이로 두 번이나 듣고 수술 시도도 어렵다고 판단된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함께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한 끝에 치료에 성공한 환자가 있다.

희망의 주인공은 바로 올해 만 68세를 맞은 장풍영 씨. 그는 지금 건강한 모습으로 암 환자와 지역 주민을 위해 병원 로비에서 색소폰 공연을 이어가는 희망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맨 처음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지난 2010년부터 몇 년 동안 그는 그저 평범한 암 환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후 B형 간염과 간경화를 거쳐 생긴 간세포암 판정은 “또 암이라니”라는 생각과 함께 절망으로 다가왔다.

더 큰 문제는 대장암 치료를 받을 때와는 달리 치료를 위한 선택지가 하나하나 줄어들어 가는데도 차도가 없고 괴로움만 심해진다는 것이었다.

고주파 치료를 받은 후엔 치료 효과도 크지 않았고 색전술(암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는 치료법)을 받고서는 몇 번이나 피를 토하기도 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에게 이것은 불행의 끝이 아니었다.

‘결국 다 안되면 간이식 수술을 받으면 된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식 수술은 시도조차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간암 수술 중에는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꼭 필요한 수혈을 받으면 혈소판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실신 등의 급격한 전신 반응)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수술 시도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일한 간 공여자로 나선 20대 초반의 아들은 혈액형이 맞지 않았다.

장풍영 씨가 희망을 잃기 직전 치료를 맡고 있던 분당서울대병원 간이식 팀(한호성, 김진욱, 조재영, 최영록 교수)은 국내외 여러 연구 자료 검토는 물론 알레르기내과 등의 조언을 얻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수혈 시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는 혈소판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혈액을 씻어내는 방법이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혈액형이 맞지 않는 아들의 간을 이식하기 위해 면역억제제 농도를 가능한 한 높이는 등 여러 시도를 적용해 수술을 집도하기로 결정했다.

운명의 지난 2015년 4월 다행히 수술 결과는 매우 좋았다. 수술 후 2년여 간 꾸준히 회복에 매진해온 결과 이제는 큰 폐활량은 물론 뱃심도 필요한 색소폰 연주까지 가능해졌다.

자신을 보고 희망을 가지라며 병원 로비에서 암환자와 지역주민을 위한 공연도 이어가고 있으며 아버지에게 기꺼이 간을 공여한 아들 역시 학업을 마치고 뮤지션으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장풍영 씨의 간이식 수술을 맡았던 최영록 교수는 “환자분께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으시고 치료에 긍정적으로 임해주신 것이 성공적 수술의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며 “희망 전도사로서 환자분들께 멋진 음악을 선사해주시는 장풍영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NSP통신/NSP TV 김병관 기자, inspect1234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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