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왼쪽), 안창호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경기=NSP통신) 김병관 기자 = 당뇨병은 혈당 상승 자체보다 여러 가지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이며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등의 동맥경화성질환은 환자의 수명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인 합병증이다.

특히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의 높낮음이 심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슷한 혈당 수치를 보이는 환자 사이에서도 합병증 발생 위험도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만약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누가 더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성이 높은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철저한 관리를 통해 합병증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한국인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혈당의 편차와 당뇨병의 합병증과의 관련성을 규명한 연구가 발표돼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안창호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 내원한 1248명의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헤모글로빈 당화지수(hemoglobin glycation index)와 심뇌혈관 질환 유병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2~3개월 간 혈당 조절 추이를 파악할 목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가 당화혈색소 검사다. 하지만 이 검사는 평균 혈당 수치를 알려줄 뿐 혈당의 높낮이 즉 변동 폭을 알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공복혈당이 아주 높거나 낮게 나타나는 등 극심한 저혈당과 고혈당을 가진 환자도 당화혈색소 검사 결과만 놓고 보면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복혈당이 높은 환자들이 당화혈색소도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비슷한 당화혈색소 수치를 가진 환자 사이에서도 공복혈당은 편차가 클 수 있다.

헤모글로빈 당화지수는 이러한 사항을 보완해 환자 각자의 공복혈당에 비해 당화혈색소가 얼마나 높은지를 수치화했다.

임수 교수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헤모글로빈 당화지수가 높은 환자에서는 나이, 체중,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및 다른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소와 무관하게 심뇌혈관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헤모글로빈 당화지수에 따라 환자를 세 그룹으로 나눴을 때 헤모글로빈 당화지수가 높은 환자들은 가장 낮은 그룹의 환자들에 비해 관상동맥질환은 2.3배, 뇌졸중은 3.4배, 말초혈관질환은 6.4배나 높은 위험성을 보였다.

안창호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를 진료할 때 당화혈색소가 나타내는 평균 혈당 수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을 같이 검사할 필요가 있다”며 “헤모글로빈 당화지수가 높은 환자는 심혈관질환이 발병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에 헤모글로빈 당화지수를 계산해 더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진행해야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저자인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헤모글로빈 당화지수는 공복 혈당 또는 당화혈색소 수치보다 한 단계 더 정확한 합병증 예측 지표라고 볼 수 있다”며 “이러한 한 차원 높은 접근 방법은 환자 개개인의 차이를 찾아내 차별화된 치료 방향을 제시하는 소위 정밀 의학에 한 단계 다가서는 연구 성과”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찾아낸 업적을 인정받아 미국내분비학회 공식 저널인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인터넷 판에 게재되었다.

또한 발표와 동시에 미국당뇨병학회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에서 발간하는 당뇨병 전문가 보고서 (DiabetesPro SmartBrief)의 머리기사로 다뤄 질 정도로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NSP통신/NSP TV 김병관 기자, inspect1234k@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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