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민주노총 부산본부, 금속노조 부양지부, 풍산마이크로텍지회. (도남선 기자)

(부산=NSP통신) 윤민영 기자 =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활성화를 꾀하겠다던 부산시가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개발을 위해 거꾸로 부산시민인 노동자의 삶을 파괴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피에스엠씨측 노동자들이 ‘부산시가 민간기업인 피에스엠씨에 대해 희망퇴직 연장을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11시 부산시청 광장 앞에서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금속노조 부양지부, 풍산마이크로텍지회가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개발을 반대하고 민간기업에 구조조정을 요청한 부산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개발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부산시가 뛰어든 사업이다. 풍산그룹은 지난해 6월 부산시·부산도시공사와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풍산그룹은 반여도시첨단사업단지 개발을 위해 부지 내 피에스엠씨(구 풍산마이크로텍)의 공장을 화성으로 이전할 계획을 밝혔다.

강대균 피에스엠씨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24일 직원들에 보내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2014년부터 경영이 악화된데다 2015년 2월 26일에 원인불명의 화재로 공장 한곳에 화재가 발생해 망한 회사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며 “회사가 세 들어있는 반여동 부지에 도시첨단산단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서 회사는 화성으로 공장을 이전한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이어 “공익목적으로 진행되는 부지개발과 관련해 제공할 수 있는 편의가 없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직원들을 생각해서 희망퇴직을 연장해줄 것을 요청한 부산시의 마음을 감사히 여긴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피에스엠씨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3번의 희망퇴직에 시달려야 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영섭 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 지회장은 “부산시는 피에스엠씨와 손잡고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몰아내는 가해자”라며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사실상 회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피에스엠씨가 우편을 통해 풍산마이크로텍 직원들에게 보낸 희망 퇴직 시행 공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제공)

피에스엠씨는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의 희망퇴직 진행 결과 73명이 퇴직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2월 24일 전체 직원들에게 ‘부산시로부터 희망퇴직 연장요청을 받았으며 이 결정이 버티고 살아내는데 희망의 끈이 되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의 3차 희망퇴직안내문을 내보인 것.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개발은 오로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개발이고 부산시는 자신들의 치적을 쌓기 위한 것이며 이는 권위주의 시대에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희망퇴직이 부산시의 요구로 진행된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서병수 시장이 부산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말하고 다니면서 정작 부산시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대균 피에스엠씨 대표이사가 ‘희망퇴직 연장은 부산시의 요청’이라며 직원들에게 전한 가정통신문 일부.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제공)

그러나 갈등의 쟁점이 되고 있는 ‘부산시의 피에스엠씨에 대한 희망퇴직 연장 요청’은 부산시와 피에스엠씨, 노조 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피에스엠씨에 전혀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피에스엠씨 측은 “부산시의 희망퇴직 요청 사실여부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부산시가 민간기업에 구조조정을 요청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피에스엠씨가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애꿎은 부산시를 끌어들인 것이거나. 둘 중 하나는 분명하다.

민간기업의 희망퇴직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부산시와, 부산시로부터 희망퇴직을 연장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피에스엠씨의 입장이 이처럼 엇갈리고 있어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풍산마이크로텍지회 조합원들은 이날 밤부터 노숙농성에 돌입하며 부산시와 풍산그룹·피에스엠씨에 맞서 투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공동취재] 윤민영 도남선 기자

NSP통신/NSP TV 윤민영 기자, yoong_jn@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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