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NSP통신) 지난주, 인천의 한 시내에서 촬영된 일명 묻지마 커플폭행사건 영상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이 영상은 지나가는 시민이 촬영해 곧바로 SNS에 올렸고 그 영상으로 인해 경찰수사가 시작돼 결국 가해자들을 열흘만에 검거할 수 있었다.
뉴스보도는 물론이고 공중파 3사 시사고발 프로그램에도 이 영상과 함께 폭행사건을 다루었다. 그 중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피해자 커플의 인터뷰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내용은 가해자들의 무참한 폭행도 나쁘지만 더 나쁜건 지나가는 시민들이였다는 것이다.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하는데도 그냥 지나가고 심지어 핸드폰으로 촬영은 하면서 경찰에 제보는 해주지 않고 SNS에 가십거리처럼 띄우기만 하는 시민들이 같은 사람으로써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정서중 ‘情(정)’ 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나라보다 개인주의가 덜 한 편이라 이웃과도 왕래가 깊고 친하게 지내고 자주가는 식당, 가게, 시장에서 더러는 후한 인심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런 ‘정’이 오고가는 것을 우리는 늘 감사하게 여기고 으뜸이라 여겼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그런 정들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들과 마주할 때가 많다. 독거노인이 사망한지 오래돼 시신을 방안에서 찾을 때 그 누구의 이웃도 알지 못했다는 뉴스를 볼 때나 한 학교의 학생이 극도의 우울증과 집안 내 다툼으로 자살까지 함에 있어 같은 반 학우들도 심지어 담임도 몰랐다는 뉴스를 볼 때 안타까움이 잦아든다.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 어려움을 알지만 나까지 괜한 피해를 볼까봐 지나치게 되고 괜한 간섭으로 나까지 곤란에 처할까봐 또 지나치게 되는 정이 사라져가는 우리 사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출근때마다 만나는 이웃과도 가벼운 목례조차 하지 않는 무심한 우리들의 모습을 볼때면 비오는날 두둑하게 파전을 부쳐 옆집, 앞집 건네는 그때의 우리가 그리울 때가 많다.
인천 커플 폭행 사건의 피해자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나가는 시민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도와주지 않고 그저 지나치거나 지켜보거나 심지어 구경만 하는 우리들의 모습에는 예전과 같은 함께하는 이웃의 모습이 사라져간다는 대목을 확연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와중에도 얼마전 구속수감된 트렁크 살인사건의 가해자 김모씨의 사례를 보면 경찰과 가해자의 검거과정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이 도와줘 빠른 검거를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용감한 시민상을 받게 되는 영광스럽고 고마운일도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전과 같이 너와 내가 함께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웃의 모습은 좀처럼 보기힘든 건 사실이다. 내 것의 개념이 분명해지고 상대로 인해 내가 어려운일에 괜히 곤란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커져가는 정서로 바뀌어가고 있다는건 누구나 느끼고 있는 바다.
한때 ‘오지랖이 태평양이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는 술먹고 길에서 쓰러져있는 사람, 길거리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 싸우는 사람, 아파서 쓰러져있는 사람등을 다 지나치지 못했다. 병원으로 경찰서로 집으로 데려다주어야 마음이 편했고 안심됐었지만 그렇게 하기까지는 혼자 힘으로 안될때가 많아 함께있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도와준 적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런 상황이 놓여있을 때 ‘우리 도와주고 가자’라는 말을 해도 함께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되려 나를 만류할 뿐이다. 괜히 일이 꼬여서 피곤하게 될수도 있다. 왜 그렇게 남의 일에 참견하냐고 훈계아닌 훈계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그들도 누군가에게는 가족이며 친구이다. 그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마음껏 도와주지 못하는 형편이라도 최소한 할 수 있는 것은 해보는 노력은 보여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 하면서 왜 그들은 그토록 내게 닥치지 않은 일은 무관심 할 수 있을까?
여러 사람들에게 무참하게 폭행당해 쓰러져 있어도 지켜만 보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웃이라 할 수도, 같은 곳에 함께 사는 사람이라 할 수도 없는 그저 ‘타인’일 뿐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 곤경에 처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은 우리가 살다보면 곳곳에서 보게 된다. 그들에게 이렇다할 큰 손길을 뻗으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봐주고 함께해주는 마음가짐. 우리만의 정서인 ‘정’을 잊지않고 지켜나가길 바란다.
험하고 어두운 단면이 많아진 오늘날의 우리사회는 어쩌면 서로의 무관심 속에서 더 많은 안타까운 현실이 자라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따뜻한 눈길과 손길로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다시금 소망해본다.
◆ 송경화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목원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에서 사내교육을 담당했다. 현재는 송경화기업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송경화의 맛있는 스피치 아카데미 대표와 목원대학교 외래교수, 월드채널 부산지부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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