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화기업교육연구소 송경화 대표.

(부산=NSP통신) 푹푹 찌는 더위와 세찬 매미소리가 한여름이 왔다는 소식을 일찌감치 느낄 수 있다. 통상적인 여름휴가기간인 지난주말과 이번주. 나 역시도 가족들과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부모님과 함께 치악산근교로 자차를 이용해 떠났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연인들과 소중한 여름추억을 쌓으러 가는 길이 얼마나 설레고 신나겠는가? 나 역시도 그렇듯 황금 같은 소중한 시간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출발하자마자 여름휴가기간에 걸맞게 도로 위에 자동차들은 짜여놓은 바둑판처럼 빼곡했다. 치열한 고속도로 상황을 알 수 있듯 빠른 속도로 갈 때보다는 거북이걸음처럼 느리게 갈 때가 더 많았다.

도로 위에서의 느긋함도 휴가 속의 묘미라 생각하는 것도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불법추월차량, 갓길로 빠져 비겁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차량, 심지어 시골길로 들어가서는 역주행하는 택시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질서를 어지럽히면서까지 서두르는 것이 얼마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 결국 그렇게 빨리 가려고 하는 불법차량들 때문에 도로상황이 더 악화되고 밀리게 된다.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광안리 불꽃축제,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관광객까지 동원 돼 매 년 해가 거듭날수록 인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본다. 폭죽 하나 터지는데 드는 비용은 억대의 가격이라는 풍문처럼 실제 가격도 만만치 않다. 단지 검은 밤 하늘에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으로 그치지 않고 불꽃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장시간 각기 다른 사운드와 빛깔, 스토리로 불꽃축제의 의미와 화려함을 더해준다.

약 2박3일간의 불꽃축제가 성황리에 마친 다음날 아침뉴스에 늘 보도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불꽃축제에 들어간 비용만큼 쓰레기처리, 수거비용이 더 많이 나왔다는 보도와 함께 시민과 관광객들의 시민의식을 되짚는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공공질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것인데 어찌된 것이 나이를 먹을 수록 배운 것과는 다르게 양심적이지 못한 행동이 더 앞서는지 모르겠다.

나 혼자 조금 더 빨리 가고자 하는 이기적인 마음에 결국은 더 큰 교통대란을 만드는 악한상황 속에서도 괜히 애꿎은 도로 탓만 하는, 양심 없는 모습만 나타내는 것과 결국 같은 형국이다.

다시 여름휴가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치악산 근처 예약한 콘도에 짐을 풀고 가까운 횡성과 안흥 주변을 관광했다. 안흥에는 안흥찐빵이 유명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원조’ 집을 찾았다. 역시나 특산물답게 모두가 원조라고 외치는 가게들 사이로 어렵게 진짜 원조 집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찾은 원조 집은 전국 어딜 가나 그렇듯 허름하며 간판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

1평 남짓한 계산대코너엔 주문하려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곧장 계산대 앞으로 가 안흥찐빵을 주문하려고 하니 주인이 나보고 줄을 서라는 것이다. 줄이라니? 뒤를 보니 분명 줄이 없었다. 다들 삼삼오오 흩어져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하고 있었기에 줄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여기 줄이 어디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정리되지 않은 줄을 듬성듬성 서기 시작했다. 근데 갑자기 기다렸던 사람들 몇몇이 본인의 우선순위를 따지면서 분위기가 잠깐 험악해졌다. 결국 처음부터 줄 없이 섰다는 것이고 암묵적으로 본인들 스스로 순번을 무작위로 매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식적으로 모두가 함께 순번을 정하지 않았으니 어찌됐든 본인의 순서가 먼저라고 앞다투어 소리를 높일 수밖에.

시시비비를 가리다 어느새 적막이 흐른 뒤 우리 모두는 이제야 제대로 줄을 서게 됐고, 그 유명한 안흥찐빵을 다들 한 박스, 두 박스씩 가슴에 안고서야 분위기가 사그라들었다.

언젠가 페이스북에 세계일주를 한 유럽의 어떤 청년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각 나라의 시민의 모습들을 찍어서 올린 것을 본적이 있었다. 각 나라마다 각기 다른 모습들로 화재가 됐는데, 줄을 정확하게 일렬로 서있는 나라, 자유롭게 줄을 서고 있지만 질서를 묘하게 지켜지는 나라, 줄 자체가 없는 나라, 줄을 가로로 서 있는 나라, 줄 앞에서 서로 화내며 싸우고 있는 시민들의 나라 등 가지각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댓글들을 보니 선진국일수록 질서가 정연하고 잘 지키고 있다라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 댓글을 떠나서 각 나라의 사진만 보면 선진국과 후진국을 누구나 구분 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기본적으로 일컫는 공공질서 지키기는 해외 어느 나라도 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사실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가? 그 기본적인 공공질서를 준수하는 것들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여름휴가기간 동안 누구나 그러하듯 관광지든 맛집이든 도로 위든 시내에서도 어딜 가나 사람에 치이고 차 속에 파묻힌다. 앞서 가고 싶고 먼저 가서 보고 싶고 쉬고 싶고 먹고 싶겠지만 그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기본질서를 어겨가며 하는 것은 서로에게 되려 피해만 주는 격이다.

나만큼 상대도 그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똑같지 않겠는가?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까지 바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질서만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우리모두가 즐겁고 소중한 여름휴가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와 장소에서는 기본질서를 잘 지키는 선진화된 국민의식이 필요하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인파가 많은 곳에는 줄을 질서정연하게 서는 것, 소음과 잡담을 줄이는 것 등 기본 질서를 준수하는 모습을 이제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휴가를 준비중인 이들이 이 칼럼을 통해 기본질서를 잘 지키는 선진화된 의식으로 더 멋진 휴가를 보낼 수 있길 기원해 본다.


◆ 송경화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목원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에서 사내교육을 담당했다. 현재는 송경화기업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송경화의 맛있는 스피치 아카데미 대표와 목원대학교 외래교수 등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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