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NSP통신 김동언 기자) = 광양태금중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도출된 주요 주민 요구사항이 사실상 묵살된 채 교육부가 지원한 60억 원의 재정지원금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전체 재정지원금의 절반을 웃도는 35억 원을 지원받는 광양제철중학교가 세부 예산 집행내역에 대한 공개를 기피하면서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투명·공개행정과 거리가 먼 밀실행정의 전형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광양시교육청과 제철중학교 등에 따르면 태금중학교 폐교 과정에서 교육부로부터 지원받은 통·폐합재정지원금 60억 원 중 시설비 및 물품구입비 25억 원을 포함해 전체 지원금의 58.3%에 달하는 35억 원을 제철중학교에 지원했으나 통폐합 과정에서 태인동 주민들이 요구한 주요 합의사항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거나 형식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금중학교 총동문회와 태인동 발전협의회, 태인동 청년회 등 관계자들은 태금중 통폐합이 성사된 직후인 지난 2011년 4월21일 광양시교육청을 찾아가 ▲제철중학교 내에 태금중학교를 기념할 수 있는 작은 역사관 건립 ▲태금중 부지를 보전해 녹지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 ▲통폐합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태인동 장학기금 운영방안을 요구하고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5년에 걸쳐 집행되고 있는 재정지원금이 내년 2억8145만4000원(제철중학교 1억6145만4000원·태인초등학교 1억2000만원)을 끝으로 마무리되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지침은 커녕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져 지역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태금중 부지를 보전해 녹지공간으로 조성해달라는 주민 요구사항은 전혀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광양시교육청이 광양시가 전남도교육청 소유인 태금중 부지를 매입해 녹지공간으로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주민과의 합의사항 불이행을 시에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다.

또 태금중 역사관의 경우 별도의 기념관 대신 제철중학교 2층 복도 끝 교실 한 칸을 비워 만들었으나 제철중학교의 각종 대회 우승 트로피와 기념품, 학교장 사진 등이 걸려있을 뿐 태금중학교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 등은 찾아보기 어렵고 면적 또한 제철중에 비해 1/10에 불과해 눈가리고 아웅식 교육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와 함께 태인동 장학기금도 제철중학교가 태금중학교에서 옮겨온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1억86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 외에 별다른 장학기금 운영방안이 모색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가 태금중 통폐합 재정지원금 집행기준으로 명시해 전남도교육청에 내려보낸 ‘통합학교 지역주민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학습 공간 확충’ 역시 전혀 사업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제철중학교가 지난 2011년 시설 및 부품비 명목으로 지원받은 25억 원을 학교 시설비 및 리모델링으로 소진했다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부 집행내역 공개를 극도로 기피하면서 사업비 부풀리기 및 목적 외 사업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만 키우고 있다.

학부모 김모(47·태인동)씨는 “태금중 통폐합에 따른 재정지원금이 사용되는 것을 지켜보며 재정여건이 탄탄한 사학재단 제철중학교에 퍼주기 위한 교육행정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통폐합을 전후해 주민들이 요구한 합의사항이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박모(43·여·태인동)씨는 “태금중 기념관의 경우 제철중학교 교실 한 칸을 비워 만들어진데다 제철중의 역사관이라 할 만큼 철저히 무시당하고 소외됐다”며 “역사관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만들어진데다 접근성도 떨어져 울분을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양제철중 관계자는 “재정지원금에 대한 세부 집행내역은 광양시교육청이 공개해도 좋다는 공문을 보내면 공개할 용의가 있다”며 “태금중과 통폐합으로 큰 짐을 진 것이 사실이다. 재정지원금은 각종 교육청 감사를 통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왜 언론이 자꾸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nsp3200@nspna.com, 김동언 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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