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NSP통신) 차연양 기자 = ‘가족’이라는 이름이 마냥 애틋하고 짠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혹독했던 시기를 겪어냈지만 ‘눈물’보다는 ‘웃음’이 더 익숙한 유쾌한 가족이 거리를 누빈다는 소식에 찾아간 곳은 경남 김해.
온 가족이 영화 속 영웅이 돼 전단지를 나눠주는 광경에 지나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걸린다.
강선아 씨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에서는 그의 가족들이 늘 함께 매장을 지키고 또 이들만의 재밌는 이벤트로 매장을 홍보하고 있다.
◆ ‘아픔’은 그저 지나는 바람이었을 뿐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강 씨는 오래 전부터 풍선으로 디자인 아치를 만들고 교육하는 평범한 풍선아티스트였다.
특별한 점을 꼽자면 7년 전부터 지금까지 병원을 찾아가 난치병 아이들에게 풍선아트를 보여주고, 가르치고 있다는 것.
“멀리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에 입원치료를 하러 온 아이가 있었어요. 두렵고 낯선 첫 병원 방문을 즐거운 파티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죠.”
강 씨의 바람처럼 병원을 찾은 ‘아픈’ 아이들은 예쁘게 꾸며진 풍선을 보면 겁에 질린 얼굴이 활짝 펴졌다.
강 씨는 10여 년 전, 이 아이들과 같이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다.
6살 때 뇌종양으로 한쪽 시력을 잃고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던 강 씨의 큰 아들 임인혁 씨 덕에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과 맞닥뜨렸다.
그러나 아들의 투병으로 한편으로 강 씨는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됐다.
가진 것은 오로지 희망뿐이던 그때, 강 씨 가족들은 고마운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모금을 통해 치료비를 보태주는 것뿐만 아니라 지방과 서울을 오갈 때마다 자동차로 통원을 도와주고, 병간호에 지친 가족들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재우고 먹여주는 이도 있었다.
‘온정’이라는 이름의 조건 없는 사랑 덕분에 병마와 싸우던 작은 아이는 어머니의 식당일을 돕고 가족들과 난치병 아이들에게 풍선아트를 가르치는 건강한 청년이 됐다.
단순히 일손을 돕는 차원이 아니다.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냈듯이 현재도 그렇게 열심히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 씨는 아들을 식당에 나오게 했다.
“가족이 아프다는 건 정말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기약도 없이 헤매는 것과 같아요. 그런 암담하고 두려운 때에 빛을 밝혀 길을 터준 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받은 것들을 평생 갚아나가겠다는 마음으로 강 씨 가족들은 시간 날 때 마다 항상 봉사활동을 다닌다.
절실하게 오늘을 살게 됐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면서 얻는 것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나눴다.
풍선아트 교육을 위해 병원을 방문할 때면 강 씨 가족은 난치병 아이들의 가족에게 “우리 아이도 아팠노라, 이 건강한 아이가 그 아픈 아이였노라”, 자신의 경험으로 위로를 건넨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는 것을 절감한 이들 가족이기에 빠듯한 일상을 쪼개서 나눔을 실천하고 웃음을 선물하려 시간을 내는 것이다.
◆ 온가족이 함께 지키는 매장
강 씨는 4개월 전 식당을 오픈했다.
미스터 스시(Mr.Sushi) 본사 관계자인 지인의 부탁으로 각 지점 오픈행사에 풍선아치를 제작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고 직접 지점까지 열게 됐다.
처음 해보는 장사에 뭐가 뭔지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았지만, ‘강한 엄마’ 강 씨는 세 아이들을 모두 가게에 나오게 해 가족이 함께 시스템을 정돈해가도록 했다.
임인혁 씨를 비롯해 대학생 둘째 딸과 중학생 어린 막내까지, 세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부모님을 돕기 위해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운영이 처음인 강 씨와 요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주방장이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가족이 함께 매달린 덕분인지 식당은 금세 안정 궤도로 들어섰다.
가족, 연인, 친구 등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외식장소인 만큼 근사함보다도 우선으로 여겼던 것이 편안함.
때문에 강 씨가 운영하는 김해아이스퀘어 내에 위치한 Mr.Sushi는 ‘캐주얼 스시’를 표방하는 콘셉트에 맞게 편안하고 깨끗하고 밝다.
들어서는 순간 환한 조명이 비추는 깔끔한 홀과 함께 활어가 헤엄치는 수족관, 분주히 회를 뜨고 초밥을 만들어 내는 열린 주방이 생동감을 더한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분위기가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간단한 식사장소로도, 모임이나 파티 장소로도 아주 괜찮다.
◆ 매일매일 ‘파티’하듯이
우스꽝스러운 영화 캐릭터 옷을 입고 가게 홍보를 하는 것에서부터 엿볼 수 있듯이 강 씨는 가게운영을 '매일매일 파티 하듯이' 해나가려 한다.
생각은 그러해도 첫 요식업 도전이라 강 씨는 ‘처음’을 겪는 누구나가 그렇듯, 오가는 손님들 표정, 눈빛 한줄기까지 전전긍긍 쫓아다녔다.
‘음식을 왜 남겼을까.’, ‘계산하고 나가는 표정이 썩 밝지 않은 것 같은데..’ 작은 부분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이런 부분은 주방장과 꾸준히 상의해 개선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또 실제로 처음보다 많이 안정이 돼서 맛있게 드시고 나가시는 손님이 거의 대부분이세요.”
강 씨에게 더 어려운 부분은 그가 원하는 ‘파티 하듯이’.
“아파도 유쾌, 슬퍼도 유쾌”를 외치는 그의 가족처럼 가게를 찾는 손님들 역시 늘 유쾌했으면 좋겠다고.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자리 같은 진짜 파티가 아니더라도 점심시간에 찾아온 근처 직장인, 저녁하기 싫어 갑자기 외식을 하게 된 가족들, 어제보고 오늘 또 봐도 반가운 친구들끼리 매장을 찾아와 편안하고 가벼운 한 끼에 기분을 내며 식사를 즐겨주면 좋겠어요.”
마침 메뉴도 굽고, 끓이고, 지지고 볶지 않아도 되니 먹으며 이야기 나누기에 제격이다.
이곳 Mr. Sushi 김해아이스퀘어점에서는 지난 어린이날 페이스페인팅과 풍선 이벤트를 열었다.
생계를 위한 가게이지만 오래도록 풍선아트 전문가였던 만큼 강씨는 특기를 살려 이 공간을 모두 함께 웃고 즐기는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조금만 고민하고 투자하면 모두가 즐겁다. 이 순간은 마치 마약과 같아서 이런 희열을 맛본 강 씨 가족들은 늘 웃으며 봉사하고, 유쾌한 이벤트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밝고, 환하고, 유쾌한 이곳에 찾아오면, 이렇듯 늘 유쾌한 강 씨 가족의 건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시련 후에 더욱 포근해진 사랑을 머금은 이곳, 맛있는 한 끼 식사와 함께 마주앉은 이와 행복을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임에 분명하다.
NSP통신/NSP TV 차연양 기자, chayang2@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