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직원들의 사내 급여명세서가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가천대학교 인천 길병원(이하 가천대 길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특히 가천대 길병원의 민주노총 노동조합에서 임금및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을 앞두고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경찰은 가천대 길병원 민주노총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앞서 지난 8월 11일 가천대 길병원 개인정보보호팀은 직원들에게 “병원 내 특정 IP를 통해 총 1370명의 급여명세서가 총 2401회에 걸쳐 유출됐다”며 “유출 행위자를 찾기 위해 수사기관에 의뢰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특정 IP라고 했지만 현재 경찰이 압수수색한 곳은 가천대 길병원 민주노총 노조 사무실임을 감안하면 해당 IP는 민주노총 사무실로 특정된다.
이는 지난 7월 28일 직장인 정보 플랫폼인 ‘블라인드 하이어’에 올라간 글에 달린 댓글에서 한국노총 노동조합 위원장의 급여명세서가 이슈가 되면서 불거졌다.
한국노총 가천대길병원 노조 관계자는 “한국노총 노조 위원장의 급여명세서가 구체적으로 댓글로 달려있었다”며 “누군가 급여명세서를 보지 않으면 이 정도까지 자세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병원 측에 항의를 했고 병원에서 자체조사를 했더니 특정 IP가 해킹을 통해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의 급여명세서를 2000회 이상 조회한 사실이 밝혀진 것. 특히 한국노총 위원장의 급여명세서는 수 십차례에 걸쳐 조회됐다.
가천대 길병원 개인정보 전산지원실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선 홍보실이 담당을 하고 있어 홍보실과 이야기해야 한다”며 “답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0일부터 사내에서 논란이 됐고 11일 메일로 알려졌지만 가천대 길병원 홍보실은 현재까지 해당 상황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자와의 통화 이후 사실확인에 나섰다.
이후 홍보실 관계자는 “직원급여명세서가 유출돼 압수수색이 진행중”이라며 “해당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노총 사무실이다”고 말했다.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동맹) 가천대 길병원 노동조합 법률팀은 “노동조합 간부 대의원 전부에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병원의 통보가 왔으며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려 한 점에 대해서 유출자에 대해 형사고소, 고발 및 민사소송을 통해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정보처리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총 1370명의 정보유출자들의 피해보상을 위한 집단소송, 유출자에 대한 징계 등을 요구할 것이며 원내도청과 개인정보 보호, 몰래카메라 점검 등도 추가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건은 노사의 임금, 단체교섭과 관련돼 있다.
최근 2022년도 임·단협이 조합원 수 공지의 문제로 다소 늦어져 한국노총 길병원 노조는 병원측과 개별 교섭을 요구했고 이를 병원에서 수용했다.
특히 해당 IP가 한국노총 길병원 노동조합 위원장의 급여명세서뿐 아니라 노동조합 간부들의 급여명세서들을 들여다본 정황이 확인돼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해킹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가천대 길병원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두 노조가 모두 속해 있다. 두 노조는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해 가천대 길병원은 한노총을 상대로만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갱신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민노총이 부분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길병원은 한노총과의 교섭이 먼저 끝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NSP통신 강수인 기자 sink60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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