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NSP통신) 도남선 기자 = 2016년, 병신년 새해가 아흐레 앞으로 다가왔다. 2015년의 지난 350여일 동안 부산시는 다른 어느해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를 보낸 지자체였다. 딱 아홉날 남은 부산시의 2015년을, 숫자 ‘9’로 돌아보고자 한다.
◆ 9000억원 - 부산시의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 재벌특혜 논란
9000억원은 부산시가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투입하는 사업비의 총액이다.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는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22번지 일대에 들어서며 가칭 센텀비즈니스파크로도 불리고 있다.
부산시는 이 곳에 지식산업센터와 연구개발센터 비즈니스호텔 쇼핑몰 특화병원 등을 유치하며, 특히 소프트웨어기업과 벤처기업 1600개 이상을 유치해 센텀시티를 뛰어넘는 지식산업단지로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이 산업단지가 조성될 사업부지의 절반이상(54%가량)을 재벌그룹인 풍산이 소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사업부지의 총 면적은 188㎡인데, 풍산이 소유하고 있는 땅은 102만㎡에 달한다.
풍산(103140)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2년 1월 방위산업 명목으로 육군 제1조병창이 있던 현재의 땅을 헐값에 사들였다. 지난 1999년 작고한 풍산그룹의 유찬우 회장은 1988년 11월 국회 일해재단 관련 청문회에서 조병창 인수과정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공화당 정일영 의원이 “조병창 인수과정은 어떠했나”하고 묻자 유 회장은 “1978년 민영화정책이 결정된 후, 10.26 이후 계속 인수요청이 있었으나 거절해오다, 5공화국 들어 다시 강력한 인수요청이 있어 연불을 요구, 3년 거치 7년 상환조건으로 인수하게 됐다. 총대금은 230억원이었다.”고 대답했다.
부산시의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총 사업비는 9000억원인데, 토지보상비와 이전보상금은 이 중 절반이 넘는 5595억원에 달한다. 즉, 풍산이 230억원에 매입한 이 부지를 부산시가 수천억원을 주고 매입한 꼴이 된다.
이에 지난 8월 부산지역 정당인과 1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부산시민 우롱하는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개발반대 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는 “반여도시첨단산업단지 개발 추진을 통해 서병수 시장이 노동자와 시민을 우롱하고 재벌에 특혜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개발을 위한 다당성 조사 연구용역이 나오지도 않은 시점에 부산시가 풍산그룹과 지난 6월 개발진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개발사업의 추진과정이 석연치 않음을 지적했다.
더불어 사업부지 전체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는 점도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6월 풍산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풍산도 지난 1일 풍산홀딩스 부산사업장과 풍산 부산사업장을 기장군으로 이전하기로 시와 합의했고, 지난달 27일에는 기업공시를 통해 피에스엠씨(옛 풍산마이크로텍)를 경기도 화성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제2의 센텀시티는 부산시와 풍산뿐만아니라 부산지역 첨단산업종사자들과 시민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부산시가 진행하는 대규모 사업마다 왜 매번 재벌특혜와 시의 이권개입 및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는지는, 오는 병신년을 맞아 시 수뇌부에서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 9조 - 부산시 올해 예산 9조, 내년은 10조... “복지 예산은 줄이고 인프라 예산은 늘려”
2015년 부산시의 예산은 9조원대였으나 2016년 예산이 10조로 편성되면서 병신년엔 부산시도 ‘10조 예산 시대’를 맞게 됐다.
하지만 이 1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부산시는 ‘복지는 줄이고 산업인프라는 늘려’ 편성했다.
사회복지연대가 지난 10일 2016년 부산시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자.
시 예산 가운데 ▲안전도시조성 예산은 올해 900만원에서 내년 69억5000만원으로 756.5배가 늘었으며 ▲도시정보화 구축예산은 2000만원에서 12억5000만원으로 54.6배 늘고 ▲도시경제기반형재생 예산은 10억원에서 139억9000만원으로 12.9배 늘었다. ▲도시경관개선 예산도 6억8000만원에서 47억5000만원으로 6배 늘었으며 ▲도로정비및 관리 예산은 55억6000만원에서 298억5000만원으로 3.9배 증가했다.
이와는 반대로 부산시민의 삶과 밀착된 복지 예산은, ▲민원 서비스 예산 40% 감축 ▲평생직업교육 지원비 17% 감축 ▲건강가정육성 13% 감축 ▲다문화가정자녀양육 6% 감축 등 대부분 줄여 편성한 것을 볼 수 있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시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하고 예산을 편성했어야 했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예산규모만 늘려 10조원시대가 열렸다고 무작정 홍보만 해댈 것이 아니란 말이다.
NSP통신/NSP TV 도남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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