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NSP통신) 김영삼 전 대통령,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큰 별이 떨어진 자리 위로 비가 내린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는 믿음으로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고,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가 대통령이 됐던 YS의 유지(遺志)는 ‘화합(和合)과 통합(統合)’이다.
YS는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금융실명제 도입,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 공개,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 등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그리고 ‘사람이 지녀야 할 도리, 정도에 거침이 없다’는 대도무문(大道無門)으로 대표되는 YS의 어록(語錄)은 고인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는 그릇이자 거울로 남았다.
용기와 신념, 결단의 대명사인 YS는 정치 역정에서 맞닥뜨린 위기의 순간을 거침없이 헤쳐 나갔다. 표현은 직설적이었고 함축적인 내용은 촌철살인(寸鐵殺人) 그 자체였다.
◆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1979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면서 “나는 오늘 죽어도 영원히 살 것” 이라고 외치며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 말은 곧 민주화의 뿌리를 내리는 씨앗이 된 것은 물론, 오래지 않아 이루어진 민주화를 상징하는 명언이 됐다.
다시 1979년, 신민당 총재로 재선된 직후에는 “대도무문(大道無門), 정직하게 나가면 문은 열린다. 권모술수나 속임수가 잠시 통할지는 몰라도 결국은 정직이 이긴다”고 말했다.
1993년 2월 32년간의 군정에 종지부를 찍고 문민시대를 여는 첫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는 “마침내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이 땅에 세웠다”며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신한국(新韓國)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내와 시간, 눈물과 땀이 필요하며 고통이 따른다. 우리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
또 첫 국무회의에서는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고통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솔선 차원에서 자신의 재산을 공개했다.
개띠 해였던 1994년에는 “개가 짖는다고 달리는 기차가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등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반발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었으며 YS가 말한 ‘짧은 영광의 시간’의 절정이었다.
1997년 한보사태 직후의 차남에 대한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로 여기고 있다”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1998년 퇴임사에서는 “영광의 시간은 짧았지만, 고통과 고뇌의 시간은 길었다”며 민주화를 거쳐 문민정부를 세우기까지의 지나간 여정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 “영광의 시간은 짧았지만, 고통과 고뇌의 시간은 길었다”
이제 내일이면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구별 대한민국에서 보낸 세상 ‘소풍(逍風)’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 영면(永眠)에 들게 된다.
YS가 말한 ‘짧은 영광의 시간’과 ‘긴 고통, 고뇌의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일반 국민이 잠시 이 땅에 사는 동안 누릴 영광 그리고 고통의 크기는 얼마 만큼일까? 긴 고통과 고뇌의 시간을 견딘다고 해서 누구나 영광의 순간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늘 국가와 국민을 앞세우는 위정자들이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될 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오늘 죽어도 영원히 살 것”이라던 YS가 격동을 함께 헤쳐 온 ‘이~대한(위대한)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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